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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가능은 하다'

이쁜왕자 2024. 5. 16. 22:35

인터넷에서 '가능은 하다' 라는 표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공돌이들이 흔히 쓰는 말중에 '가능은 하다.' 라는 표현이 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은근히 많이 쓰는 말이긴 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인데,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가 보자.

여기에 지극히 문돌이 다운 답은 "누구 골탕 먹이려고 그런 거 물어 보냐?" 가 적당해 보이지만, 공돌이들은 "가능은 하다" 라고 답을 한다. 분명히 조선시대 선비들은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서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왔다갔다는 기록이 있다. 이로 인해 발달한 것이 주막이 발달하기도 했고... 그러니깐, 공돌이의 입장에서 "불가능하다"라는 답은 틀린 것이기 때문에  "가능은 하다" 라고 답을 한다.

 

물론, 이것이 '내가 가능하다'를 내포하진 않는다. 하지만, 질문자는 이건 미묘한 차이점은 그냥 무시한 채 이렇게 대응한다.

 

"그럼, 해봐 ! "

 

결국, 왜 그것이 '가능만' 한 것이고, 현실적으로는 해내기 어려운 것인지 구구절절히 설명해야 한다.

 

여기서 질문자의 필살기가 나온다.

 

"네가 좀 전에 가능하다고 했자나? 이거 순 구라쟁이구만."


 

물론 그렇다고 첫번째 질문에 "안된다" 라고 답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일단 가능하니깐...

 

상대방은 "왜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냐? 조선시대 선비들은 KTX 타고 가서 과거 시험 봤냐?" 같은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결국 이런 답이 나올만한 질문에 대해서는 "해봐야 안다" 정도가 맞는 답일지 모르겠지만, 이 역시 '그럼 해봐' 에는 뾰족한 수는 없다.

 

"모른다" 라는 답에도 "도대체 아는 게 뭐야?" 라는 반응이 튀어 나올수 있다.


이런 문제는 질문에 '주어'가 빠져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100m 를 10초 이내에 달려서 도달 가능한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공돌이들은 무의식중에 '어떤 사람이' 라는 주어가 생략되었다고 보고 (우사인 볼트라면) "가능은 하다" 라고 답을 한다. 그러면, 질문자는 교묘하게 주어를 '너는' 이라고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긴 하겠죠" 정도가 맞는 답이려나 싶다. 아마도, 더 좋은 답이 있겠지만, 공돌이의 한계다. 

 

그럴 땐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저의가 뭡니까?" 라고 되묻는다는 모 선배가 한 말이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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