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왕자 만쉐~~
빡쳐서 내가 직접 번역해 본 일소강호(一笑江湖) 가사 본문
1. 개요
인터넷에 찾아 보면 일소강호의 가사를 번역한 것을 쉽게 찾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번역은 솔직히 어느 이상한 번역기의 번역을 검토도 안해 보고, 그대로 복붙한 것 같아서 도저히 못봐줄 수준이었다.
'귀 밑엔 내린 강한 서리 한 잔' ???? 한글로 봐도 뭔뜻인지 조차 모르겠는 번역이 튀어 나와서, 도대체 이게 뭐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혹시나 다른 번역이 있을까 해서,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 봐도 이 번역이 마치 맞는 번역인양 그대로 다시 재사용되며 계속 보이고 있었다. 한국어(사실 대부분의 언어)는 '주어' + '동사 또는 형용사' 라는 형태로 문장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목적어'가 추가 될 수 있으며, 그외 다른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일부 생략이 될 수 있다. 그럼 이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형용사'는 무엇일까? * 주어가 '서리' . 동사는 '내렸다' 라고 본다면, "서리가 내렸다" => "강한 서리가 귀 밑에 내렸다" 일것이다. 그럼 '한 잔'은 도대체 무슨 의미가 되는지 불명확해 진다. * 주어가 '한 잔' 이라면, 동사는 무엇일까? 강하다 도 아닌거 같고, 내리다도 아닌 것 같다. 그냥 영어의 be동사처럼 '있다'가 생략되어서 '한 잔이 있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 * '한 잔'을 목적어로 본다면 주어는 '내가' 가 생략된 것일 것이고, 마시다는 동사도 생략되었다고 보면 "내가 (술) 한 잔을 마시다"여야 할 것이다. => 위 2경우 모두 '귀 밑엔 내린 강한 서리' 는 모두 한 잔을 수식하는 표현이 되어야 할 것이고, 그러면 "내가 귀 밑엔 내린 강한 서리 한 잔이 있다" , "내가 귀 밑엔 내린 강한 서리 한 잔을 마시다" 라는 문장이 되어야 하는데, 명백한 비문이다. |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봐도 도대체 이 뭔가 말이 안되는 문장이 보이길래, 찾다가 때려 치고 내가 직접 번역 해보기로 했다.
일단, 이 노래 가사는 사실상 '한시(漢詩)' 이며, 직역을 해서는 의미가 이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내맘대로 문맥을 해석해서 과도하게 의역하게 되었다. 번역기를 최대한 활용하였으며, 내가 한 번역도 당연히 오역이 있을 수 있다.
결국, 鬓如霜 一杯浓烈 은 鬓如霜 과 一杯浓烈 로 나뉜 두개의 문장으로 보는게 타당해 보였다. 鬓如霜 - 완전 직역하면 '귀밑털이 서리와 같다'이다. 이건 '비유'에 해당하고 귀밑털이 하얗다. 즉 새치가 많이났다. 다시 말해 늙었다 라는 뜻이 될 것이다. 一杯浓烈 - 직역하면 '한잔 술이 농열하다. 한잔 술이 짙고 맵다' 일텐데, 한국어로는 '술이 쓰다', '술이 독하다' 라는 의미로 보였다. 바로 앞 문장은 汝为山河过客 却总长叹伤离别 인데, 당신은 지나가는 나그네, 하지만, 당신은 떠났고, 나는 이별에 한숨 짓는다. 라고 번역했다. 그러면 문맥상, 당신이 떠난 이후 "새치가 많이 날 만큼 시간이 흘렀고", 당신과 이별한 채 술을 마시니 "술 맛이 독하다" 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보였다. |
사실 이렇게 번역하면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一笑江湖' 라는 제목의 번역이다. 주인공은 강호에 검을 들고 나섰지만, 그와중에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나이도 많이 들었다. 그 결과 남은 건 후회와 번민 같은 감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강호에 보내는 웃음은 절대 '미소'는 아닐거라 생각되었다. |
2. 번역
https://www.youtube.com/watch?v=eO_Kvzdm5m8
원곡 가사에는 한자 가사가 첨부되어 있고, 번역에 큰 도움이 되는 띄어쓰기도 조금 되어 있다.
띄어쓰기 하나에 의미가 달라지기에, 번역에 큰 도움이 된다.
한자 표기 | 한국식 한자 독음 | 해석 | 비고 |
一笑江湖 | 일소강호 | 세상에 웃음을 보낸다 | |
江湖一笑 浪滔滔 | 강호일소 랑도도 | 강호를 향한 웃음이 흘러 넘치는 구나. | 浪滔滔 는 출렁거려 넘친다는 의미로 의역함 |
红尘尽忘了 | 홍진진망료 | 세상 일은 완전히 잊어 버렸다. | 红尘 은 필멸의 세계(일반 세계)를 뜻한다고 함. |
俱往矣 何足言道 | 구왕의 하족언도 | 모든 것이 다 사라졌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 |
苍天一笑 笑不老 | 창천일소 소불로 | 하늘이 웃고, 그 미소는 늙지 않는다. | 의역: 하늘에 죽은 연인(또는 친구, 가족)의 웃는 얼굴 보인다. |
豪情却未了 | 호정각미료 | 하지만, 그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对月饮 一杯寂寥 | 대월음 일배적료 | 달을 보며, 조용히 술 한 잔을 마신다. | 寂寥 는 고요하고 쓸쓸하다 라는 뜻이지만, 그냥 '조용히' 로 해석함 |
剑起江湖恩怨 | 검기강호은원 | 강호의 은원으로 내 검은 일어 났고, | 은원 - 은혜와 원한. |
拂袖罩明月 | 불수조명월 | 밝은 달 아래 소매로 (칼날의 피를) 닦아 냈다. | 소매로 (칼날의 피를) 닦아 냈다. 즉 많은 사람을 죽였다. 라는 의미로 보임. |
西风叶落花谢 | 서풍엽낙화사 | 서풍을 맞은 꽃잎은 떨어 지고, | |
枕刀剑难眠 | 침도검난면 | 베개 밑에 검을 둔 채 잠도 제대로 못잔다. | |
汝为山河过客 | 여위산하과객 | 당신은 지나가는 나그네 | 山河过客 이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 |
却总长叹伤离别 | 각총장탄상리별 | 하지만, 당신은 떠났고, 나는 이별에 한숨 짓는다. | 의역 :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그 사람이 떠나버렸다는 뜻. (아마도 죽었다는 뜻) |
鬓如霜 一杯浓烈 | 빈여상 일배농열 | 귀밑에 새치가 많아졌고, 술 맛은 독하다. | 귀밑이 서리같다 => 귀밑에 흰 새치가 많아졌다 => 늙었다. 로 해석됨. |
只身走过多少的岁月 | 지신주과다소적세월 | 혼자서 보낸 세월이 얼마나 되었는가? | |
看惯刀光照亮过黑夜 | 간관도광조량과흑야 | 어두운 밤에 빛나는 (너의) 익숙한 검을 보았다. | |
侠骨魔心如何来分辨 | 협골마심여하내분별 | 의협심과 사악함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겠는가? | 의역: 전쟁에는 선과 악이 없다. |
弹指一梦不过一瞬间 | 탄지일몽불과일순간 | 꿈은 그저 한순간이다. | |
黄沙之中的残阳如血 | 황사지중적잔양여혈 | 황사속에서, 태양이 피처럼 붉게 비춘다. | |
多少魂魄在此地寂灭 | 다소혼백재차지적멸 | 여기서 얼마나 많은 영혼이 사라졌는가? | |
这成败 有谁来了解 | 저성패 유수내료해 | 이것이 성공인지 실패인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 |
江湖一笑 浪滔滔 | 강호일소 랑도도 | 강호를 향한 웃음이 흘러 넘치는 구나. | 여기서 웃음은 비웃음, 쓴웃음/헛웃음 으로 추정. |
红尘尽忘了 | 홍진진망료 | 세상 일은 완전히 잊어 버렸다. | |
俱往矣 何足言道 | 구왕의 하족언도 | 모든 것이 다 사라졌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 |
苍天一笑 笑不老 | 창천일소 소불로 | 하늘이 미소를 짓고, 그 미소는 늙지 않는다. | |
豪情却未了 | 호정각미료 | 하지만 그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对月饮 一杯寂寥 | 대월음 일배적료 | 달을 보며, 조용히 술 한 잔을 마신다. | |
간주 후 , 위의 가사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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也曾横刀 向天笑 | 야증횡도 향천소 | 내가 이걸 겪어 보고 나니, 하늘을 향해 쓴웃음을 짓는다. | 也曾横刀 를 번역기에 돌려 보면 '저도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라고 나옴. |
数过路迢迢 | 수과로초초 | 그동안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 |
数不完夕阳晚照 | 수불완석양만조 | 지는 석양을 보는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 의역: 많은 시간이 흘렀다. |
苍天一笑 乐逍遥 | 창천일소 낙소요 | 하늘을 향해 웃고, 나는 자유롭게 떠난다. | |
江湖人自扰 | 강호인자요 | 강호의 사람들은 여전히 시끄러우며, | |
留不住爱恨离潮 | 유불주애한리조 | 사랑과 증오는 멈출 수가 없다. |
2. 제목
가사를 한번 전부 번역하고 나니, 제목의 일소강호(一笑江湖) 를 '세상에 미소를 짓는다' 라고 번역하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의 주인공은 검을 들고 강호에 나서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며 성공했지만, 자신의 소중한 사람도 잃어 버린 채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 은퇴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과거를 돌이켜 보며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는 느낌은 뭔가 아니었다. 주인공의 모습은 그냥 위 짤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즉, 세상에 대한 비웃음이나, 자신의 허무한 삶에 대한 헛웃음이나 쓴웃음이 맞는 느낌이다.
그래도 어느정도 중의를 담아서 '세상에 웃음을 보낸다' 를 선택했다.
3. 소중한 사람(?)
汝为山河过客 | 당신은 지나가는 나그네, |
却总长叹伤离别 | 하지만, 당신은 떠났고, 나는 이별에 한숨 짓는다. |
이 곡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주는 가사인데, 떠나버린 당신(汝)에 대한 표현이 나온다.
그냥 '떠났다(却)' 라고 표현했지만, 분위기상 이 사람은 사망한 것으로 이해했다.
이 곡을 부른 가수는 여자이지만, 가사 속의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불분명하다. 또한 그 대상이 연인인지, 가족인지, 친구인지도 불확실하다. 남/녀는 상관 없겠지만, 스토리상 연인으로 해석하는 게 나을 것 같다.
豪情却未了 | 하지만, 그 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对月饮 一杯寂寥 | 달을 보며, 조용히 술 한 잔을 마신다. |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은 이 가사를 통해 다시 한번 표현된다.
俱往矣 何足言道 | 모든 것이 다 사라졌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는 의미는 그 사람은 더이상 없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러니 그 사람을 추억하며 술이나 마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사를 통해서 내맘대로 상상하고, 첨가료를 마구 섞어서 아래와 해석했다.
좋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사람을 전장에서 '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싸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 손으로 베어 버려야 했다. 그래서, 협/마 (또는 정파/사파 또는 선/악)의 구분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회의감만 느끼게 되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자기는 살아 남았지만, 허무함 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니, 세상을 향해 쓴웃음 지을 수 밖에...
그런데, 이렇게 해석하고 나니 고전명작 "소오강호(笑傲江湖)"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는 정/사의 두 인물이 친분을 나누고 하나의 노래를 만들었지만, 이를 이유로 처단 당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4. 의역을 넘어 내맘대로 번역.
4-1. 내맘대로 번역 #1
100만년전 기억으로는 (사실 한글로 쓰여진 시도 비슷하지만), 댓구와 운율은 시의 핵심이다.
이 가사에도 江湖一笑 와 苍天一笑 가 댓구로 나오는데, 이게 해석이 참 어렵다.
江湖一笑 는 주어 '나'가 생략되었다고 봤고, '내가 강호에 웃음짓는다' 라고 보는게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그 웃음이 미소인지, 즐거운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헛웃음/쓴웃음 인지 해석하기가 참 어려웠다. 내가 보기엔 '헛웃음/쓴웃음'으로 보인다.
苍天一笑 는 창천(하늘)이 주어가 되어, '하늘이 웃는다' 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그런데, '하늘이 웃는다'라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가 떠오르기가 어려웠다. 처음엔 그냥 '하늘이 웃는다' = '하늘이 맑다' = '날씨 참 좋네' 같은 식으로 해석하려 했다. 그러다가, 심하게 의역해서, 떠나간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이 하늘에 보인다. 라고 해석했다. 아님 말구...
苍天一笑 를 다른 가사인 向天笑 와 같은 의미로 봐서, 역시 주어 '나'가 생략되어 내가 하늘을 향해 웃었다. 로 봐도 될듯 싶다.
4-2. 내맘대로 번역 #2
가사중에서는 관용구로 그냥 쓰이는 것인지, 한자를 하나하나 풀어서 해석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拂袖罩明月 에서 拂袖罩의 의미가 불명확 했다. 번역기에서는 저것 자체가 '소매단(영어로 sleeve)' 뜻이라고 나오고, 袖罩만 떼어내도 같은 뜻이다. 그래서 拂의 의미를 살려 '밝은 달 아래 소매로 拂 했다' 라고 해석해봤다. 좀더 의역해서, ' 밝은 달 아래 소매로 (칼날의 피를) 닦아 냈다' 라고 해석하니 나름 그럴 듯 해 보였다. 즉,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의미로 보면 괜찮아 보인다.
4-3. 내맘대로 번역 #3
也曾横刀 向天笑 에서 也曾横刀를 번역기로 돌려 보면, '저도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라고 튀어 나온다. 이건 어떤 관용구 같아 보인다. 그래서 '이런 일을 겪어 보고 나니, 하늘을 향해 쓴웃음을 짓게 되었다' 라고 이해했다. 다시 한번 명짤 소환
4-4. 내맘대로 번역 #4
苍天一笑 乐逍遥 라고, 苍天一笑가 다시 나오지만, 뒤에 가사가 달라진다. 乐逍遥 를 번역기에 넣어 보면, '행복하고 평온한 삶' 이라고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문맥이 안맞는다.
뒤의 가사 江湖人自扰, 留不住爱恨离潮 를 고려해서, '하늘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고, 나는 떠난다' 정도의 의미로 해석했다. 그려면, 뒤의 가사가 '강호의 사람들은 여전히 시끄럽고, 사랑과 증오를 이유로 계속 싸우고 있다'라는 의미와 이어질 수 있게 된다.
5. 여담
가사를 곱씹어 보면, 인생의 허무함이 느껴지는 많은 여운이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곡이 빠르게 편곡된 버전이 나온 이후 나루토 춤과 엮이며, 인터넷 댄스 밈으로 연결된 거 보면 세상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뭐, 나의 여자친구가 나의 친구에게 환승이별하는 가사를 가진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에 열광하며, 단체 댄스를 추기도 하는 마당에,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https://www.youtube.com/watch?v=kXXFlw5n6LE
그냥 '윤아 닮은 베트남 처자의 나루토춤'이나 한번 더 보자.
https://www.tiktok.com/@hoaa.hanassii/video/7309063227046989057
6. 여담 2
우연히 찾은 일소강호 뮤직비디오(?) 영상
https://www.douyin.com/video/7060096353128566049
주) 오역에 대한 지적 환영